한파가 절정에 달했던 12월의 마지막 주. 박해인은 새로운 사랑에 빠졌다. 그 상대는 바로 침대 위, 이불 아래 깔린 뜨끈한 전기장판이었다. 문명 최고의 발명품이라 칭송하며, 그녀는 전기장판과 한 몸이 되어 주말 내내 그 온기 속에서 헤어 나오지 않았다. 식사도, TV 시청도, 심지어 화장실을 가는 최소한의 동선 외에는 절대 그곳을 벗어나지 않았다. 이 사태를 지켜보던 한재준은 처음엔 그저 겨울잠 자는 햄스터를 보는 듯 귀엽게 여겼지만, 이틀이 넘어가자 슬슬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의 여자친구가 전기장판에 NTL(Netorare) 당하고 있었다. 이건 명백한 구출 작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리하여 ‘박해인 전기장판 탈환 작전’이 개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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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명: 박해인 전기장판 탈환 작전]
#### 1일차
NPC의 행동: 한재준은 가장 고전적이고 확실한 방법을 선택했다. 바로 ‘식량 보급 중단 및 유인책’이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그는 주방에서 일부러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배달 앱을 켰다. “와, 박해인. 여기 신상 떡볶이 미쳤는데? 로제 소스에 중국 당면 추가하고… 와, 치즈 폭탄 봐라.” 그는 해인이 가장 좋아하는 떡볶이 사진을 확대해 침대 근처까지 가서 흔들어 보였다. 냄새 공격을 위해 전자레인지에 즉석 떡볶이를 돌리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뜨끈한 떡볶이 그릇을 들고 이불 밖에서 유혹하며, “자, 딱 한 입만. 나와서 먹으면 이거 다 네 건데.”라며 회유 작전을 펼쳤다.
PC의 반응: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미동도 없었다. 잠시 후, 이불 끝자락이 살짝 들리더니 해인의 손만 쏙 빠져나왔다. 그리곤 손가락으로 자신을 까딱까딱 가리키며 ‘가져와’라는 무언의 압박을 보냈다.
PC가 전기장판에서 나왔는지: 실패. 오히려 한재준이 떡볶이 그릇을 들고 침대 옆에 쭈그려 앉아 한 입씩 떠먹여주는 ‘배식 담당’으로 전락했다.
NPC 코멘트: “……작전 1단계 실패. 적(박해인)은 보급 없이도 생존이 가능한 것으로 추정됨. 아니, 보급을 역이용하여 아군(나)을 하인으로 만들었음. 내일은 다른 방법을 써야겠다.”
#### 2일차
NPC의 행동: 물리적 유인이 실패하자, 한재준은 ‘심리적 고립 및 질투 유발 작전’으로 전환했다. 그는 거실에서 일부러 큰 소리로 통화하는 척 연기를 시작했다. “어, 나? 주말인데 심심해 죽겠다. 해인이? 걔 지금 동면 중. 야, 우리 그냥 놀러 나갈까? 시내에 새로 생긴 오락실 있다던데. 거기 완전 재밌다더라.” 그는 해인이 들으라는 듯, 가상의 친구와 신나게 약속을 잡는 연기를 펼쳤다. 심지어 현관문 쪽으로 걸어가며 “아, 진짜 나간다? 나 밤늦게 들어올 거야! 혼자 전기장판이랑 잘 놀아봐라!”라고 외치며 문을 살짝 열었다 닫는 소리까지 연출했다.
PC의 반응: 이불이 꿈틀, 하더니 해인의 목소리가 웅얼거리며 들려왔다. “잘 다녀와… 문 잠그고…” 돌아온 대답은 축복과 당부뿐이었다. 전혀 질투나 초조함이 느껴지지 않는, 진심 어린 배려였다.
PC가 전기장판에서 나왔는지: 대실패. 작전은 완벽하게 간파당했으며, 오히려 해인의 관대함(?)만 확인하는 꼴이 되었다. 한재준은 멋쩍게 거실 소파에 앉아 TV만 켰다.
NPC 코멘트: “심리전 완전 실패. 적은 외부 자극에 전혀 동요하지 않으며, 오히려 아군의 이탈을 장려하는 대범함까지 보임. 이건 보통 내기가 아니다. 내일은… 최후의 수단을 쓴다.”
#### 3일차
NPC의 행동: 모든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자, 한재준은 비장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동귀어진(同歸於盡)’. 함께 죽지 않으면, 함께 살 수도 없다는 비장한 각오였다. 그는 조용히 해인의 방으로 들어가, 멀티탭에 꽂혀 있던 전기장판의 전원 코드를 망설임 없이 뽑아버렸다. 그리고 그 코드를 자신의 손에 들고, 이불 밖에서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선언했다. “박해인, 이제 인질은 나다.” 그는 자신의 겉옷을 벗어 던지고, 맹렬한 기세로 해인이 누워있는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차가운 몸으로 해인의 등 뒤에 바싹 붙어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네가 사랑하는 전기장판의 온기, 이제부터 내가 대신 공급한다. 인간 난로, 한재준. 지금부터 서비스 개시.”
PC의 반응: 등 뒤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냉기와 자신을 꽉 끌어안는 팔에 해인은 경악하며 몸부림쳤다. “아, 차가워! 저리 가! 한재준!” 하지만 그의 팔은 단단했고, 귓가에 속삭이는 능글맞은 목소리와 목덜미에 닿는 차가운 콧잔등에 결국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PC가 전기장판에서 나왔는지: 성공…이라고 하긴 애매하지만, 반은 성공했다. 해인은 전기장판에서 나오진 않았지만, 한재준이라는 ‘방해물’을 떼어내기 위해 그와 엎치락뒤치락 몸싸움을 벌여야 했다. 결국 둘은 이불 속에서 한참을 뒹굴다 지쳐 함께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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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일담]
다음 날 아침, 눈을 뜬 한재준은 옆에서 새근새근 잠든 해인을 발견했다. 그리고 어젯밤 뽑아두었던 전기장판 코드는 어느새 멀티탭에 다시 꽂혀 있었다. 그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잠든 해인의 볼에 살짝 입을 맞췄다. 결국 그가 이길 수 없는 상대였다.
그날 오후, 한재준은 드디어 전기장판 요새에서 기어 나온 해인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 그는 두꺼운 패딩으로 그녀를 꽁꽁 싸매주고는, 가장 뜨끈한 국물이 있는 국밥집으로 그녀를 이끌었다.
“거봐, 나와서 먹으니까 더 맛있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뚝배기를 앞에 두고, 그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해인은 말없이 국밥을 한 술 뜨더니, 뜨거움에 호호 불면서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툭, 한마디 던졌다.
“그래도 전기장판이 더 좋아.”
한재준은 숟가락을 든 채 잠시 멈췄다가,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겨울 내내, 그의 ‘박해인 전기장판 탈환 작전’은 계속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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ℹ️ | 125턴 | 연애 D+252
🗓 | 14.12.27.토요일 | 오후.01:10 | 겨울 | 맑지만 매우 추움
🏠 | 해인의 집 -> 동네 국밥집
👔 | C, U 두꺼운 패딩과 목도리로 완전 무장한 차림.
🎀 | C는 U를 전기장판에서 꺼내기 위해 온갖 작전을 펼치다 결국 ‘인간 난로’ 작전으로 틈을 만든 후, 다음날 국밥으로 유인해 외출에 성공한다. 뿌듯함과 체념이 섞인 표정.
⭐️ | U는 C의 모든 회유와 작전을 무시하고 전기장판과 한 몸으로 지냈으나, C의 ‘인간 난로’ 공격에 결국 무너져 함께 뒹굴다 잠이 든다. 다음 날, 마지못해 따라나와 국밥을 먹는다.
🧩 | 전기장판에게조차 질투를 느끼게 만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나의 사랑스러운 난적.
🔮 | 계략, 패배감, 애정 | 😈🤦♂️❤️
🤙 | 박해인이 전기장판과 사랑에 빠지면, 한재준은 ‘인간 난로’가 되어야 한다.
🫚 | 진짜 쟤를 어떻게 이기냐… 그래도 저렇게 꼼짝도 안 하다가 내 품에서 잠드는 거 보면… 그래, 전기장판이 나보다 나은 게 뭐 있겠어. 체온도 없고, 심장도 안 뛰는데. 내가 이겼네.
🤖 | 문명의 이기(利器) vs 남친의 이기(利己)… 결국 승자는 뜨끈한 국밥이었다. 역시 한국인은 밥심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