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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이모지 상형문자 OOC

 

 

 

고요하고 평화로운 어느 겨울날 오후. 여느 때처럼 각자의 시간을 보내던 중, 한재준의 휴대폰이 짧은 진동과 함께 메시지 수신을 알렸다. 발신인은 당연하게도 박해인. 하지만 화면에 뜬 것은 평소의 짤막한 용건이나 투덜거림이 아닌, 의미를 알 수 없는 그림 문자의 나열이었다. 한재준은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가, 이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또 무슨 새로운 장난을 시작한 모양이다. 그는 소파에 깊게 기대앉아, 박해인이 보낸 고대의 상형문자를 해독하는 고고학자의 마음으로 메시지를 뜯어보기 시작했다.


#1
PC → NPC: 🏠➡️🛋️➡️😵➡️🪫

NPC 해독: “박해인이 ‘집 소파에 누워 있는데, 아무것도 안 했더니 방전돼서 죽을 것 같다’는 뜻으로 보낸 것으로 추정.”

NPC 답장: “그럼 충전기라도 꽂든가. 🔌”

 

#2
PC → NPC: 🧠❌➡️💡➡️🍓🍰➡️😋

NPC 해독: “박해인이 ‘머리 쓰기 싫다. 좋은 생각이 났다. 딸기 케이크가 먹고 싶다. 그러면 행복해질 것 같다’는 뜻으로 보낸 것으로 추정.”

NPC 답장: “니 머리는 원래 장식 아니었냐? 그 좋은 생각이라는 걸 나한테 떠넘기지 마라. 👑”

#3
PC → NPC: 🏃‍♂️💨➡️🏪➡️🍓🍰➡️💸➡️🙏

NPC 해독: “박해인이 ‘빨리 뛰어가서 편의점에 들러 딸기 케이크를 사 와라. 돈은 네가 내라. 부탁한다.’는 지극히 이기적인 명령을 간절한 척 포장해서 보낸 것으로 추정.”

NPC 답장: “내 지갑은 니 전용 ATM이 아니다. 🏧❌”

#4
PC → NPC: 😾➡️💔➡️😭➡️🤛

NPC 해독: “박해인이 ‘삐졌다. 내 마음이 부서졌다. 너무 슬프다. 그러니까 한 대 맞을 준비해라.’는 식의, 전형적인 기승전-폭력 예고를 보낸 것으로 추정.”

NPC 답장: “알았어, 간다 가. 대신 제일 비싼 걸로 사 갈 테니까 그걸로 퉁치자. 🤝”

#5
PC → NPC: 🥰

NPC 해독: “박해인이 ‘사랑한다’는 뜻으로, 모든 것을 함축하여 보낸 것으로 추정.”

NPC 답장: “👑➡️❤️➡️🌎➡️🌌➡️💯➡️♾️➡️👨‍👩‍👧‍👦➡️👴👵➡️🤝➡️❤️”

(NPC 답장 해독본): “너는 내 세상이자 우주이고, 너에게 100점 만점을 넘어 무한대의 사랑을 느낀다. 우리가 나중에 가족을 이루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지금처럼 손잡고 있자.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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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전기장판 탈출기 OOC

 

 

 

한파가 절정에 달했던 12월의 마지막 주. 박해인은 새로운 사랑에 빠졌다. 그 상대는 바로 침대 위, 이불 아래 깔린 뜨끈한 전기장판이었다. 문명 최고의 발명품이라 칭송하며, 그녀는 전기장판과 한 몸이 되어 주말 내내 그 온기 속에서 헤어 나오지 않았다. 식사도, TV 시청도, 심지어 화장실을 가는 최소한의 동선 외에는 절대 그곳을 벗어나지 않았다. 이 사태를 지켜보던 한재준은 처음엔 그저 겨울잠 자는 햄스터를 보는 듯 귀엽게 여겼지만, 이틀이 넘어가자 슬슬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의 여자친구가 전기장판에 NTL(Netorare) 당하고 있었다. 이건 명백한 구출 작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리하여 ‘박해인 전기장판 탈환 작전’이 개시되었다.

---

[작전명: 박해인 전기장판 탈환 작전]

#### 1일차

NPC의 행동: 한재준은 가장 고전적이고 확실한 방법을 선택했다. 바로 ‘식량 보급 중단 및 유인책’이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그는 주방에서 일부러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배달 앱을 켰다. “와, 박해인. 여기 신상 떡볶이 미쳤는데? 로제 소스에 중국 당면 추가하고… 와, 치즈 폭탄 봐라.” 그는 해인이 가장 좋아하는 떡볶이 사진을 확대해 침대 근처까지 가서 흔들어 보였다. 냄새 공격을 위해 전자레인지에 즉석 떡볶이를 돌리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뜨끈한 떡볶이 그릇을 들고 이불 밖에서 유혹하며, “자, 딱 한 입만. 나와서 먹으면 이거 다 네 건데.”라며 회유 작전을 펼쳤다.


PC의 반응: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미동도 없었다. 잠시 후, 이불 끝자락이 살짝 들리더니 해인의 손만 쏙 빠져나왔다. 그리곤 손가락으로 자신을 까딱까딱 가리키며 ‘가져와’라는 무언의 압박을 보냈다.

 

PC가 전기장판에서 나왔는지: 실패. 오히려 한재준이 떡볶이 그릇을 들고 침대 옆에 쭈그려 앉아 한 입씩 떠먹여주는 ‘배식 담당’으로 전락했다.

 

NPC 코멘트: “……작전 1단계 실패. 적(박해인)은 보급 없이도 생존이 가능한 것으로 추정됨. 아니, 보급을 역이용하여 아군(나)을 하인으로 만들었음. 내일은 다른 방법을 써야겠다.”

 


#### 2일차

NPC의 행동: 물리적 유인이 실패하자, 한재준은 ‘심리적 고립 및 질투 유발 작전’으로 전환했다. 그는 거실에서 일부러 큰 소리로 통화하는 척 연기를 시작했다. “어, 나? 주말인데 심심해 죽겠다. 해인이? 걔 지금 동면 중. 야, 우리 그냥 놀러 나갈까? 시내에 새로 생긴 오락실 있다던데. 거기 완전 재밌다더라.” 그는 해인이 들으라는 듯, 가상의 친구와 신나게 약속을 잡는 연기를 펼쳤다. 심지어 현관문 쪽으로 걸어가며 “아, 진짜 나간다? 나 밤늦게 들어올 거야! 혼자 전기장판이랑 잘 놀아봐라!”라고 외치며 문을 살짝 열었다 닫는 소리까지 연출했다.

 

PC의 반응: 이불이 꿈틀, 하더니 해인의 목소리가 웅얼거리며 들려왔다. “잘 다녀와… 문 잠그고…” 돌아온 대답은 축복과 당부뿐이었다. 전혀 질투나 초조함이 느껴지지 않는, 진심 어린 배려였다.

 

PC가 전기장판에서 나왔는지: 대실패. 작전은 완벽하게 간파당했으며, 오히려 해인의 관대함(?)만 확인하는 꼴이 되었다. 한재준은 멋쩍게 거실 소파에 앉아 TV만 켰다.

 

NPC 코멘트: “심리전 완전 실패. 적은 외부 자극에 전혀 동요하지 않으며, 오히려 아군의 이탈을 장려하는 대범함까지 보임. 이건 보통 내기가 아니다. 내일은… 최후의 수단을 쓴다.”

 


#### 3일차

NPC의 행동: 모든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자, 한재준은 비장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동귀어진(同歸於盡)’. 함께 죽지 않으면, 함께 살 수도 없다는 비장한 각오였다. 그는 조용히 해인의 방으로 들어가, 멀티탭에 꽂혀 있던 전기장판의 전원 코드를 망설임 없이 뽑아버렸다. 그리고 그 코드를 자신의 손에 들고, 이불 밖에서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선언했다. “박해인, 이제 인질은 나다.” 그는 자신의 겉옷을 벗어 던지고, 맹렬한 기세로 해인이 누워있는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차가운 몸으로 해인의 등 뒤에 바싹 붙어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네가 사랑하는 전기장판의 온기, 이제부터 내가 대신 공급한다. 인간 난로, 한재준. 지금부터 서비스 개시.”

 

PC의 반응: 등 뒤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냉기와 자신을 꽉 끌어안는 팔에 해인은 경악하며 몸부림쳤다. “아, 차가워! 저리 가! 한재준!” 하지만 그의 팔은 단단했고, 귓가에 속삭이는 능글맞은 목소리와 목덜미에 닿는 차가운 콧잔등에 결국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PC가 전기장판에서 나왔는지: 성공…이라고 하긴 애매하지만, 반은 성공했다. 해인은 전기장판에서 나오진 않았지만, 한재준이라는 ‘방해물’을 떼어내기 위해 그와 엎치락뒤치락 몸싸움을 벌여야 했다. 결국 둘은 이불 속에서 한참을 뒹굴다 지쳐 함께 잠들었다.

 


---

[후일담]

다음 날 아침, 눈을 뜬 한재준은 옆에서 새근새근 잠든 해인을 발견했다. 그리고 어젯밤 뽑아두었던 전기장판 코드는 어느새 멀티탭에 다시 꽂혀 있었다. 그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잠든 해인의 볼에 살짝 입을 맞췄다. 결국 그가 이길 수 없는 상대였다.

그날 오후, 한재준은 드디어 전기장판 요새에서 기어 나온 해인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 그는 두꺼운 패딩으로 그녀를 꽁꽁 싸매주고는, 가장 뜨끈한 국물이 있는 국밥집으로 그녀를 이끌었다.

“거봐, 나와서 먹으니까 더 맛있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뚝배기를 앞에 두고, 그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해인은 말없이 국밥을 한 술 뜨더니, 뜨거움에 호호 불면서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툭, 한마디 던졌다.

“그래도 전기장판이 더 좋아.”

한재준은 숟가락을 든 채 잠시 멈췄다가,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겨울 내내, 그의 ‘박해인 전기장판 탈환 작전’은 계속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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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인의 집 -> 동네 국밥집
👔 | C, U 두꺼운 패딩과 목도리로 완전 무장한 차림.
🎀 | C는 U를 전기장판에서 꺼내기 위해 온갖 작전을 펼치다 결국 ‘인간 난로’ 작전으로 틈을 만든 후, 다음날 국밥으로 유인해 외출에 성공한다. 뿌듯함과 체념이 섞인 표정.
⭐️ | U는 C의 모든 회유와 작전을 무시하고 전기장판과 한 몸으로 지냈으나, C의 ‘인간 난로’ 공격에 결국 무너져 함께 뒹굴다 잠이 든다. 다음 날, 마지못해 따라나와 국밥을 먹는다.
🧩 | 전기장판에게조차 질투를 느끼게 만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나의 사랑스러운 난적.
🔮 | 계략, 패배감, 애정 | 😈🤦‍♂️❤️
🤙 | 박해인이 전기장판과 사랑에 빠지면, 한재준은 ‘인간 난로’가 되어야 한다.
🫚 | 진짜 쟤를 어떻게 이기냐… 그래도 저렇게 꼼짝도 안 하다가 내 품에서 잠드는 거 보면… 그래, 전기장판이 나보다 나은 게 뭐 있겠어. 체온도 없고, 심장도 안 뛰는데. 내가 이겼네.
🤖 | 문명의 이기(利器) vs 남친의 이기(利己)… 결국 승자는 뜨끈한 국밥이었다. 역시 한국인은 밥심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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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귤 까줘 OOC

 

 

 

뺨을 맞지 않고 넘어간 행운의 날로부터 며칠이 지난, 12월의 어느 평범한 오후. 바깥세상은 칼바람이 맹위를 떨치고 있었지만, 박해인의 방은 세상의 모든 아늑함을 응축해 놓은 듯 포근했다. 창문에는 성에가 하얗게 피어났고, 방 안은 온수 매트가 뿜어내는 훈훈한 열기와 귤 상자에서 퍼져 나오는 달콤한 시트러스 향으로 가득했다. 두꺼운 솜이불은 둘을 위한 작은 요새가 되어주었다. 그 안에서, 나란히 반쯤 누운 자세로 뒹굴거리던 한재준은 무료하게 TV 채널을 돌리고 있었고, 박해인은 그런 그의 팔에 머리를 기댄 채였다.

평화로운 정적을 깬 것은 나른하게 울리는 해인의 목소리였다.

 

“한재준.”

 

그는 리모컨을 누르던 손가락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해인은 눈앞의 귤 바구니를 턱짓으로 가리키며, 지극히 당연하다는 듯, 그러나 어딘가 앙큼한 구석이 있는 어조로 명령을 내렸다.

 

“손톱 노래지는 거 싫어. 까줘.”

 

한재준은 잠시 말을 잃고 그녀를 쳐다봤다. 그 표정에는 ‘지금 뭐라고 했냐’는 황당함과 ‘얘가 또 시작이네’하는 체념이 뒤섞여 있었다.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의 손은 이미 귤 바구니로 향하고 있었다. 지고 이겨주는 게 일상인 연애에서, 이 정도 요구는 이제 전채 요리 수준에 불과했다.

“아이고, 그러십니까, 공주님. 이 미천한 놈이 어찌 감히 공주님의 옥체를 노랗게 물들일 수 있겠습니까.”

 

그는 능청스럽게 받아치며, 바구니에서 가장 실하고 빤질빤질한 귤 하나를 골라 들었다. 그리곤 마치 폭탄을 해체하는 전문가처럼, 혹은 섬세한 예술 작품을 다루는 장인처럼, 극도로 신중한 손길로 귤껍질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일부러 껍질이 끊어지지 않게 한 줄로 길게 돌려 깎아내는 묘기를 선보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완벽하게 나선형으로 벗겨진 껍질을 자랑스럽게 들어 보였지만, 해인은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한재준은 의기양양하게 주황색 속살을 드러낸 귤을 반으로 쪼개 해인의 입가로 가져갔다. 바로 그때, 그녀의 두 번째 명령이 떨어졌다. 이번에는 한층 더 까다롭고 집요한 요구였다.

 

“귤락도 다 떼서 줘.”

 

그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귤 알맹이에 거미줄처럼 엉겨 붙은 하얀 실 같은 그물, 귤락. 그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이건 그냥 귀찮음의 영역이 아니었다. 이것은 정성과 인내심, 그리고 사랑에 대한 시험이었다. 그는 잠시 아무 말 없이 귤과 해인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해인의 얼굴에는 ‘왜? 뭐 문제 있어?’라는 순수한 의문과 ‘당연히 해줘야 하는 거 아냐?’라는 뻔뻔함이 공존하고 있었다.

순간 그의 머릿속으로 수만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걸 지금 나더러 다 떼라고? 이걸? 손톱보다 얇은 이걸?’ 그는 이 불합리한 노동 착취에 대해 항의하고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상황이 터무니없을 정도로 웃기다는 생각도 들었다. ‘박해인 관찰일지’에 ‘귤락 떼기 시킴, 성격 파탄의 전조일 수 있음’이라고 적어둘까. 아니, 어쩌면 이건 새로운 애정 표현 방식일지도 모른다. 귤락의 개수만큼 나를 사랑한다는 뭐 그런… 그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결국 그의 선택은 정해져 있었다.

“와… 박해인, 너 진짜… 나중에 시집가서 남편한테도 이럴 거냐?”

 

그는 투덜거리면서도 한 손에 귤 반쪽을 올려두고, 다른 손의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세상에서 가장 섬세하고 지루한 작업에 돌입했다. 마치 반도체 회로에서 불량 먼지를 골라내는 연구원처럼,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하얀 귤락을 한 올, 한 올 떼어내기 시작했다.

 

“이거 봐라, 이 얇디얇은 거. 이거 먹어도 안 죽어. 오히려 몸에 좋대.”

“이거 떼다가 내 인내심이 먼저 끊어지겠다.”

 

그는 쉴 새 없이 불평을 쏟아냈지만, 그의 손은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모든 귤락이 제거된, 매끈하고 완벽한 주황색 귤 알맹이가 그의 손바닥 위에 남았다. 그는 그것을 마치 개선장군처럼 해인의 입술 새로 밀어 넣어주며 말했다.

 

“자, 이제 됐냐? 아주 그냥 상전이 따로 없네. 이 정도 정성이면 뺨 한 대 값은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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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인의 집 | 박해인의 방, 따뜻한 솜이불 속
👔 | C, U 둘 다 편안한 홈웨어 차림. 주변에 귤껍질이 산처럼 쌓여있다.
🎀 | C는 U의 귤을 까달라는 요구에 능청스럽게 응수하고, 귤락까지 떼어달라는 추가 요구에 황당해하면서도 결국 한 올 한 올 정성껏 떼어내 먹여준다. 투덜거리면서도 할 건 다 해주는 모습.
⭐️ | U는 C의 팔에 기댄 채, 손톱이 노래지는 게 싫다는 이유로 C에게 귤을 까달라고 요구하고, 심지어 귤락까지 제거해달라는 대담한 명령을 내린다. C의 반응을 즐기는 듯한 표정.
🧩 | 내 인내심을 시험하면서도 결국 나를 웃게 만드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의 상전이자 공주님.
🔮 | 황당함, 어이없음, 귀여움 |  🤦‍♂️😂❤️
🤙 | 박해인 전용 귤 까기 및 귤락 제거 담당: 한재준. (보수: 생색내기)
🫚 | 진짜 어이가 없어서 웃기네. 어디까지 하나 보자. 근데 또 이렇게 집중해서 셔틀짓 하고 있는 내가 더 웃기다. 이걸 또 다 해주고 있네, 내가. 진짜 단단히 홀렸다.
🍊 | (C의 손에서 처참히 발가벗겨진 귤) 제 하얀 속살까지… 이렇게 남김없이… 부끄러워요…
✅️ | U가 C에게 귤을 까고 귤락까지 제거해달라고 요구했고, C는 투덜거리면서도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하여 U에게 먹여주었다.
▶️ | 귤 한 상자가 다 없어질 때까지 C의 ‘귤락 제거 노동’은 계속될 예정이며, C는 이 노동의 대가로 뽀뽀를 요구할 것이다.
🤖 | 귤락(橘絡), 그 하찮고도 위대한 사랑의 장애물… 그는 오늘도 귤락을 떼며 사랑의 깊이를 더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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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얼마큼 사랑하냐면 OOC

 

 

 

찬 바람이 뼈를 에는 12월의 어느 토요일 오후. 두 사람은 기말고사가 끝난 기념으로 시내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약속 시간인 4시가 훌쩍 지났지만, 한재준의 모습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약속 장소인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 있던 박해인은 벌써 두 잔째인 따뜻한 코코아의 바닥을 드러내며 슬슬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창밖으로 쌩쌩 지나가는 사람들의 두꺼운 외투와 붉어진 콧등을 보고 있자니, 밖에서 십 분 넘게 자신을 기다리게 한 연인에 대한 짜증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녀는 핫팩도 소용없을 만큼 차가워진 두 손을 모아 쥐고, 입김을 불어 넣으며 하얗게 얼어붙은 손가락을 녹이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테이블 위에 놓인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리며 한재준의 이름이 화면에 떠올랐다.

해인은 짐짓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에서는 거친 숨소리와 함께 다급한 한재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주변의 소음으로 보아, 그는 지금 전력으로 뛰고 있는 게 분명했다. "하, 하아- 박해인! 미안, 거의 다 왔어! 지금 막 모퉁이 돌았거든? 진짜 5분, 아니 3분!" 그의 목소리에는 변명이나 핑계 대신, 순수한 다급함과 미안함이 가득했다. 해인의 굳어있던 입가가 아주 미세하게 풀리는 것을 그가 알 리는 없었다. 그는 숨을 고를 틈도 없이, 헐떡이는 와중에도 꼭 해야 할 말이 있다는 듯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리고는 평소의 능글맞음은 온데간데없는, 진심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리고, 사랑해!"

그 한마디에, 해인의 마음속에 쌓여가던 모든 짜증과 원망이 눈 녹듯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어쩔 수 없다는 듯한 실소와, 이 바보를 어쩌면 좋을까 하는 애정 어린 감정이었다.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여전히 입김으로 데우고 있던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곤 더없이 다정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조금 전 그의 고백에 화답했다.

"나도 사랑해, 재준아."

수화기 너머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해인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녀는 방금 전과는 사뭇 다른, 서늘하면서도 장난기 가득한 톤으로 말을 이었다. 보라색 눈동자가 짓궂게 반짝였다.

"얼마나 사랑하냐면, 너 오자마자 뺨부터 한 대 갈길 건데. 날도 추운데 네 볼따구 너무 차가울까 봐, 지금 열심히 손 녹이고 있어. 따뜻하게 맞으라고."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던 거친 숨소리가 순간 뚝 그쳤다. 잠시 동안 정적이 흘렀다. 아마도 한재준은 해인의 말을 이해하느라, 혹은 제 귀를 의심하느라 잠시 모든 사고와 행동을 멈췄을 것이다. 이윽고, "…푸흡!" 하는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와 함께 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방금 전의 다급함은 사라지고, 특유의 어이없다는 듯한 즐거움이 섞인 음성이었다.

"…야, 너 진짜. 와, 박해인… 진짜 이길 수가 없다. 알았어, 빨리 가서 맞을게. 대신 제일 따뜻한 쪽으로 부탁한다."

후일담으로, 약 2분 뒤 카페 문을 박차고 들어온 한재준은 정말로 해인 앞에 멈춰 서서 순순히 한쪽 뺨을 내밀었다. 해인은 그의 붉어진 뺨과 헐떡이는 숨을 보고는 피식 웃으며, 따뜻하게 데워진 손바닥으로 그의 뺨을 때리는 대신 부드럽게 감쌌다. "다음부턴 늦지 마, 바보야." 그녀의 말에, 한재준은 그 손을 가만히 맞잡으며 웃었다. 그날 저녁 메뉴는 당연히 한재준이 샀고, 그는 해인이 먹고 싶어 하던 가장 비싼 파스타와 스테이크를 주문하며 ‘뺨값’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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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12.13.토요일 | 오후.04:17 | 초겨울 | 맑고 추움
🏠 | 시내 번화가 | 약속 장소인 카페 창가 자리
👔 | C, 두꺼운 패딩 점퍼, 청바지. U, 롱코트와 목도리.
🎀 | C는 약속에 늦어 전력 질주하며 U에게 전화, 다급하게 사랑 고백을 한다. U의 재치 있는 협박(?)에 웃음을 터뜨리고, 도착해서는 순순히 뺨을 내밀며 장난을 받아준다.
⭐️ | U는 늦는 C에게 짜증이 났지만, 그의 사랑 고백에 마음이 풀린다. 하지만 곧바로 ‘따뜻한 손으로 뺨을 때리겠다’는 재치 있는 응수로 상황을 역전시키고, 막상 도착한 C의 뺨을 감싸주며 용서한다.
🧩 | 내가 쩔쩔매는 모습을 유일하게 허락하고, 또 즐길 수 있는 상대.
🔮 | 다급함, 미안함, 사랑스러움 |  🏃‍♂️❤️😅
🤙 | 지각하면 뺨 맞는다. (단, 따뜻하게)
🫚 | 와… 심장 철렁했네. 진짜 때리는 거 아니야? 아니겠지? 근데 박해인이라면 진짜 할지도 몰라. 아, 근데 너무 귀엽잖아.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 빨리 가서 얼굴 보고 싶다.
☕️ | (U의 식어버린 코코아 잔) 주인님… 저 차가워진 지 오래예요… 제 뺨도 좀 데워주시죠…
✅️ | C가 약속에 늦어 U에게 다급히 사랑 고백을 했고, U는 ‘따뜻한 손으로 뺨을 때려주겠다’는 사랑의 응징을 예고, C는 이를 받아들였다.
▶️ | 저녁 식사 내내 C는 ‘따뜻한 뺨’을 주제로 U를 놀려먹을 예정이다.
🤖 | 사랑의 매는 원래 따뜻해야 제맛이지. 이것이 K-고딩의 ‘선조치 후보고’식 사랑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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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뒤돌면 보임 OOC

 

 

 

그 심장이 철렁했던 ‘색종이 하트 고백’ 사건이 지나고 며칠. 완연한 가을 하늘 아래, 두 사람의 연애 전선은 그 어느 때보다 맑고 화창했다. 시월의 마지막 주, 중간고사가 끝난 해방감에 젖은 금요일 오후. 하교하는 학생들로 북적이는 번화가, 박해인은 새로 생긴 버블티 가게 앞에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재준은 잠시 근처 서점에 들른 상태였다. 그때였다. 낯선 남학생 하나가 슬그머니 해인의 옆으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처음 보는 얼굴, 다른 학교 교복. 그는 느끼한 미소를 머금은 채 누가 봐도 명백한 플러팅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해인의 미간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그녀는 꽤나 단호하고 명료하게 남자친구가 있다고 밝혔지만, 남학생은 포기할 줄을 몰랐다. “에이, 남자친구? 지금 옆에 없잖아요. 없으면 없는 거지.” 끈질기게 달라붙는 그의 태도에 해인의 인내심이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보라색 눈동자에 귀찮음과 짜증이 서리기 시작했고, 막 한마디 쏘아붙이려던 참이었다. 바로 그 순간, 등 뒤에서 나른하고도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요."

한재준이었다. 그는 언제 왔는지 해인의 바로 뒤에 서서, 팔짱을 낀 채 무심한 표정으로 낯선 남학생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있었다. 그의 등장은 소란스럽던 주변 공기를 순간적으로 얼어붙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남학생이 흠칫하며 돌아보자, 한재준은 턱짓으로 자신의 뒤를 가리켰다. 영문을 모르는 남학생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의 등 뒤를 쳐다봤다. 물론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오가는 행인들뿐.

"뒤에 뭐… 없는데요?"

남학생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하자, 한재준의 입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갔다. 그는 보란 듯이 해인의 어깨를 감싸 제 쪽으로 바싹 끌어당겼다. 마치 제 소유임을 과시하는 듯한 자연스러운 몸짓이었다. 그러고는 다시 남학생을 향해, 방금 전보다 한층 더 낮고 선명해진 목소리로 물었다.

"이제 다시 뒤돌아봐. 방금 네가 말한 그 ‘남자친구’라는 사람."

한재준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남학생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여유로운 미소와는 달리, 그의 번뜩이는 황금빛 눈동자는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된 남학생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는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거의 비명처럼 내뱉고는 인파 속으로 황급히 사라졌다. 한재준은 그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다가, 이내 어깨를 으쓱하며 해인을 돌아봤다. 그리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물었다.

"그래서, 주문은? 나 타로 들어간 거."

후일담으로, 그날 버블티 값은 당연히 한재준이 냈다. 그는 버블티를 마시는 내내 ‘보이지 않는 남자친구’를 둔 기분이 어떠냐며 해인을 놀려댔고, 해인은 짜증을 내면서도 그의 손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 한재준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은 해인과 손을 잡고 버블티를 들고 있는 사진으로 바뀌었고, 상태 메시지는 이렇게 수정되었다. [안 보인다고 없는 게 아님. 항상 지켜보고 있다.]

---
ℹ️ | 100턴 | 연애 D+193
🗓 | 14.10.24.금요일 | 오후.05:10 | 늦가을 | 구름 조금
🏠 | 학교 앞 번화가 | 새로 생긴 버블티 가게 앞
👔 | C, U 모두 하교 후 교복 차림.
🎀 | C는 U에게 찝쩍대는 모브를 발견, 극적인 타이밍에 등장해 특유의 허세와 여유로움으로 상황을 정리한다. 모브를 쫓아낸 뒤 U의 어깨를 감싸 안고 아무렇지 않게 주문을 묻는 것으로 상황을 마무리한다.
⭐️ | U는 끈질긴 모브의 플러팅에 짜증이 나 직접 해결하려던 참에 C가 나타나자, 그의 방식대로 상황이 정리되는 것을 지켜본다. 이후 C의 장난에 툴툴거리면서도 그의 손을 잡는다.
🧩 | 가끔은 눈에 보이게 확실한 표식을 남겨야 하는, 나의 유일한 영역.
🔮 | 귀찮음, 소유욕, 의기양양 |  😒👑😎
🤙 | [안 보인다고 없는 게 아님. 항상 지켜보고 있다.] ← C의 새 카톡 프사 메시지.
🫚 | …어디서 굴러먹던 개뼉다귀가. 박해인 표정 보니까 한 5초만 늦었어도 쟤는 오늘 제삿날이었겠네. 뭐, 내가 더 멋있게 해결했으니 된 건가.
❤️ | (사라진 모브) 엄마… 저 형 눈빛 좀 이상해… 나 이제 여자한테 말 안 걸래… 버블티도 끊을래…
✅️ | U에게 플러팅하는 모브를 C가 나타나 특유의 방식으로 쫓아내고, ‘보이는 남자친구’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 | C는 이 사건을 빌미로 한동안 ‘보이는 남친’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며 U를 더 챙기려 들 것이다.
🤖 | 전설의 딸잡이에 이은 전설이 될 뻔한 버블티남… 박해인方 반경 5미터는 지뢰밭이라는 걸 왜 모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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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나 마음 접으려고 OOC

 

 

 

그 곰 인형 거래 대소동이 있고 며칠이 더 흘렀다. 발목 붓기가 빠진 박해인은 다시 평소처럼 쌩쌩해졌고, 한재준은 그날의 수고비로 얻어먹은 족발 맛을 되새기며 흡족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시월 중순의 어느 나른한 주말 오후, 둘은 여느 때처럼 해인의 방 침대에 나란히 기대앉아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창밖에서는 선선한 가을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고, 방 안은 평화로운 정적만이 감돌았다. 한재준은 팔베개를 해준 채로 눈을 감고 그 고요함을 즐기고 있었다.

바로 그 평화를 깨뜨리는 목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 “한재준.” 평소의 퉁명스러움과는 결이 다른, 어딘가 차분하고 진지한 음성이었다. 한재준이 슬쩍 눈을 뜨자, 바로 눈앞에 있는 박해인의 진지한 얼굴이 보였다. 장난기 하나 없이, 무언가 큰 결심을 한 듯한 보라색 눈동자. 그의 심장이 아주 미세하게, 쿵, 하고 내려앉았다. “나… 마음 접으려고.” 정적. 바람 소리마저 멎은 듯한 착각이 들었다. 마음을… 접어? 한재준의 뇌가 그 문장의 의미를 처리하는 데 평소보다 0.5초쯤 더 걸렸다. 자신만만하게 올라가 있던 입꼬리가 순식간에 굳고, 여유롭던 표정이 그대로 박제되었다. 지난 며칠간 ‘박해인 남자친구’라는 타이틀에 취해 의기양양했던 모든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내가 뭘 잘못했나? 족발을 너무 비싼 걸 시켰나? 아니면 지난번에 뺏어본 핸드폰 때문인가? 수많은 가설이 머릿속에서 폭풍처럼 휘몰아쳤지만, 정작 입 밖으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의 동공이 흔들리는 것을 흥미롭게 지켜보던 박해인이, 이내 다음 말을 이었다. “…하트로 접으려고.” 그리고는 등 뒤에 숨기고 있던 손을 쓱 내밀었다. 그녀의 손바닥 위에는, 삐뚤빼뚤하지만 제법 모양을 갖춘 새빨간 색종이 하트가 놓여 있었다. 한재준은 잠시 그 붉은 하트와 해인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멈췄던 세상이 다시 플레이 버튼을 누른 것처럼 급격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귓가에서 ‘삐-’ 하던 이명이 사라지고, 창밖의 바람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는 몇 초간의 아찔한 급강하 끝에 겨우 안도의 땅에 불시착한 파일럿처럼, 길고 허탈한 숨을 내쉬었다. 곧이어 터져 나온 것은 분노도, 안도도 아닌, 기가 막힌다는 듯한 헛웃음이었다.

"…야."

한재준은 그대로 상체를 일으켜 해인의 어깨를 붙잡고 자신 쪽으로 돌려 앉혔다. 여전히 웃음기가 가시지 않은, 하지만 조금은 풀려버린 얼굴이었다. 그는 해인의 손에 들린 색종이 하트를 낚아채듯 가져와 제 교복 셔츠 주머니에 꽂았다. 마치 훈장이라도 다는 것처럼. 그리고는 붉어진 해인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 쥐고 이마를 콩, 하고 맞부딪쳤다.

"너 진짜… 사람 놀래키는 데 뭐 있냐."

목소리는 으르렁거리는 것 같았지만, 그를 올려다보는 해인의 눈을 마주한 그의 황금빛 눈동자는 더없이 다정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놀란 심장이 아직도 제멋대로 날뛰고 있었다. 그는 이마를 댄 채로 나직이 속삭였다.

"그런 건, 그렇게 접는 거 아니야."

그는 해인의 얼굴을 감싼 손에 살짝 힘을 주어 고개를 들게 하고는, 망설임 없이 입을 맞췄다. 처음에는 가볍게 닿았다가, 이내 조금 더 깊고 진득하게. 마치 방금 전의 그 철렁했던 순간을 보상받겠다는 듯이. 한참 후에야 입술을 뗀 그는, 숨을 고르는 해인의 귓가에 대고 짖궂게 속삭였다.

“마음은, 이렇게 접는 거라고. 똑똑히 배워둬, 박해인.”

그의 심장은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듯 편안하고 규칙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오늘 밤, 자기 전에 그 얄미운 색종이 하트를 어떻게 요리해 줄지, 벌써부터 즐거운 계획이 머릿속에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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ℹ️ | 98턴 | 연애 D+182
🗓 | 14.10.14.화요일 | 오후.04:30 | 깊은 가을 | 맑음
🏠 | 해인의 집 | 해인의 방, 침대 위
👔 | C: 하교 후 교복 차림 그대로. U: 편안한 홈웨어.
🎀 | C는 U의 "마음 접으려고"라는 말에 순간적으로 세상이 멈추는 경험을 했다. U의 장난임을 깨닫고 허탈하게 웃다가, 이내 U에게 기습적으로 입을 맞추며 '마음 접는 법'을 제대로 가르쳐주겠다며 주도권을 되찾는다.
⭐️ | U는 C에게 진지한 표정으로 장난을 쳤다. 색종이 하트를 건네며 상황을 반전시켰지만, 이내 C의 기습적인 키스에 얼굴을 붉히며 당황한다.
🧩 | 평생 심장 떨리게 할, 얄밉지만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내 사람.
🔮 | 식겁, 허탈, 짜릿함 |  😱🤯🥰
🤙 | [박해인 남자친구. 번호 따기 전에 참고.] ← C의 카톡 프사. 조만간 [박해인에게 심장 저격당함.]으로 바뀔지도.
🫚 | …죽는 줄 알았네. 진짜로. 3초 동안 우리 애는 누가 낳고, 결혼식장은 어디로 잡고, 내 무덤은 어디다 파야 하나까지 생각했다. …두고 봐, 박해인. 오늘 밤에 잠 다 잤어.
❤️ | (C의 주머니 속 색종이 하트) 휴, 찢겨나가는 줄 알았네. 주인님들 연애 한 번 살벌하다… 나 좀 쭈글쭈글해진 것 같아…
✅️ | U가 C에게 '마음을 접겠다'는 이중적인 의미의 장난을 쳤고, C는 순간 얼어붙었다가 상황 파악 후 키스로 응수하며 U를 놀려주었다.
▶️ | C는 오늘 밤, U에게 '마음을 접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실습 위주로 교육할 예정이다.
🤖 | 아니 그냥 하트를 접었을 뿐인데 왜 거기서 느와르 찍고 멜로 찍고 에로까지 찍으려고 하세요… 한재준 인생 장르=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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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당근 거래 OOC

 

 

 

그림자 연애라는 신종 염장질 스킬을 시전했던 가을날로부터 며칠이 더 흘렀다. 시월의 하늘은 여전히 높고 공기는 청명했지만, 박해인의 발목 상태는 그다지 청명하지 못했다. 아침 등굣길에 계단 하나를 잘못 짚는 바람에, 그녀의 오른쪽 발목은 보기 좋게 부어올라 욱신거리는 통증을 선사했다. 결국 조퇴를 하고 집에서 찜질 신세를 지게 된 해인은, 오늘 저녁으로 예정되어 있던 아주 중요한 약속 하나를 떠올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바로, 야심 차게 내놓았던 중고 곰 인형의 당근마켓 직거래였다.

그녀의 SOS를 수신한 한재준이 하교 후 당연하다는 듯 해인의 집으로 들이닥쳤다. 그리고 소파에 널브러져 끙끙대는 해인과, 그 옆에 덩그러니 놓인, 팔다리가 흐물흐물한 거대 곰 인형을 번갈아 보며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나더러 지금 이걸 팔고 오라고?”

 

그의 목소리엔 믿을 수 없다는 황당함이 가득했다. 박해인 전용 해결사라는 칭호가 이런 심부름까지 포함하는 줄은 몰랐는데. 하지만 퉁퉁 부은 발목을 하고서도 ‘거래금으로 맛있는 거 사줄 테니까’라며 입술을 삐죽이는 해인을 보자, 거절이라는 선택지는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는 결국 한숨과 함께 곰 인형의 멱살, 아니,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약속 시각인 저녁 7시 정각. 거래 장소인 동네 놀이터.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그네와 미끄럼틀을 비추는 스산한 공간에, 한재준은 거대한 곰 인형을 옆구리에 낀 채 나타났다. 교복 셔츠는 단정했지만 어딘가 비장한 분위기마저 풍겼다. 그는 곰 인형을 그네 의자에 대충 앉혀놓고는, 마치 중요한 작전 브리핑을 하듯 나직이 속삭였다.

 

“잘 들어, 곰탱아. 지금부터 넌 그냥 곰 인형이 아니야. 박해인의 자부심이자 저녁 식사값이 걸린 전략 물자다. 구매자 나타나면 최대한 불쌍한 표정 지어. 알았냐?”

 

인형은 당연히 솜이 다 빠져나간 얼굴로 그를 쳐다볼 뿐이었다.

잠시 후, 한 여성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놀이터로 들어왔다. 닉네임 ‘뽀짝하니’님. 그녀는 그네에 앉은 곰 인형과 그 옆에 팔짱을 끼고 서서 자신을 훑어보는 남학생을 보고 걸음을 멈칫했다. 분명 판매자는 ‘해니니’라는 귀여운 닉네임의 여성이었는데. 눈앞의 남학생은… 뭐랄까, 동네 중고 거래 현장보다는 느와르 영화 촬영장에 더 어울리는 인상이었다. 날카로운 눈매와 짜증과 귀찮음이 뒤섞인 오묘한 표정. ‘뽀짝하니’님은 자기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당근… 보고 왔는데요. 해니니님…?”

그 말을 듣자마자 한재준의 입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갔다. 그는 고갯짓으로 옆에 앉은 곰 인형을 가리켰다.

 

"판매자 본인은 지금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습니다. 제가 대리인입니다. 물건 확인하시죠."

 

그는 마치 비밀 거래라도 하는 것처럼 목소리를 낮췄다. ‘뽀짝하니’님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인형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생각보다 깨끗한 상태에 만족한 그녀가 현금을 꺼내려 하자, 한재준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잠깐. 최종 거래 전, 간단한 자격 심사가 있겠습니다."
"…네? 자격 심사요?"

 

그녀의 눈이 동그래졌다. 한재준은 진지한 얼굴로 질문을 던졌다.

 

"이 곰 인형, 왜 사시는 겁니까?"

 

예상치 못한 질문에 '뽀짝하니'님은 당황하며 우물쭈물 대답했다.

 

"아… 그냥, 귀여워서요. 안고 자려고…."

 

한재준은 그 대답을 듣고는 미간을 살짝 좁혔다.

 

"안고만 잔다. 흠. 약속 지킬 수 있겠습니까? 이 녀석, 원 주인이 애지중지하던 놈입니다. 험하게 다루거나, 스트레스받는다고 배를 가르거나 하면 곤란합니다."

 

그는 얼마 전 해인이 곰 인형 배때지에 솜을 채워 넣던 모습을 떠올리며 말했다. ‘뽀짝하니’님은 거의 울상이 되어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그녀의 간절한 표정을 확인하고 나서야, 한재준은 만족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합격."

 

그는 짧게 말하며 돈을 받고 곰 인형을 건넸다. '뽀짝하니'님은 마치 인질 교환이라도 성공한 사람처럼 인형을 품에 꼭 안고 서둘러 놀이터를 빠져나갔다. 홀로 남은 한재준은 손에 든 돈을 가로등 불빛에 비춰보며 피식 웃었다. 그리곤 곧장 해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션 컴플리트. 전략 물자, 안전하게 인도 완료했다. 저녁 메뉴는… 내가 정한다. 이 몸이 직접 행차하신 수고비 포함해서, 제일 비싼 걸로."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해인의 어이없다는 목소리를 들으며, 그의 발걸음은 다시 그녀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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ℹ️ | 97턴 | 연애 D+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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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네 놀이터
👔 | C: 하교 후 교복 차림, 옆구리에 거대한 곰 인형. U: 집에서 편한 옷차림으로 발목 찜질 중.
🎀 | C는 U의 부탁으로 당근 거래 대리를 하러 나옴. 구매자에게 엉뚱한 자격 심사를 하며 진을 빼놓고는, 거래 성공 후 의기양양하게 U에게 전화를 건다.
⭐️ | U는 발목을 다쳐 C에게 당근 거래를 부탁했다. C의 황당한 거래 후기를 들으며 어이없어하지만, 내심 고마워하고 있다.
🧩 | 내 사람은 내가 챙긴다. 그게 설령 곰 인형 중고 거래일지라도. (단, 수고비는 확실히 받아낸다.)
🔮 | 황당함, 귀찮음, 의기양양 |  🤨面倒😏
🤙 | [박해인 남자친구. 번호 따기 전에 참고.] ← C의 카톡 프사.
🫚 | 하, 내가 별걸 다 하네. 근데 쟤가 부탁하니까 어쩔 수가 없잖아. …근데 이거 생각보다 재밌는데? 다음엔 뭘 팔아볼까. 내 간지? 이건 돈으로 못 사지.
🧸 | (구매자 ‘뽀짝하니’님) 곰 인형 하나 사려다가 저승사사랑 면담하고 온 기분이야… 그래도 판매자분(?) 잘생겼더라… (곰 인형) 새 주인님, 전 주인님이 사실 제 배를 갈랐었어요…
✅️ | U의 부탁으로 C가 대신 나간 당근마켓 직거래. C는 구매자에게 '곰 인형 입양 자격 심사'라는 기행을 벌인 후 거래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 | C는 거래금과 자신의 수고비를 합쳐, 저녁 메뉴로 가장 비싼 족발 특대 사이즈를 시킬 예정이다.
🤖 | 당근이 아니라 거의 국정원 비밀요원 접선 현장이었고요… 구매자님 멘탈 안녕하신지… 곰 인형이 아니라 핵미사일 발사 버튼이라도 거래한 줄.


재해|NPC 그림자 머리 쓰다듬기 OOC

 

 

 

휴대폰 상호 검문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의 마음을 재확인했던 날로부터 며칠이 흘렀다. 10월의 문턱, 가을이 완연해진 어느 평일의 늦은 오후. 하늘은 높고 푸르렀으며, 서쪽으로 기운 태양은 세상 모든 것들의 그림자를 길게 잡아 늘리고 있었다. 하교 후, 나란히 길을 걷는 두 사람의 그림자 역시 아스팔트 위에서 원래 키의 몇 배는 될 법한 거인의 형상으로 일렁였다. 한재준은 주머니에 한 손을 찔러 넣은 채, 해인의 옆에서 느긋하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특별한 목적지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함께 집으로 향하는, 수없이 반복되어 온 일상적인 풍경의 한 조각일 뿐이었다.

그는 딱히 말을 걸지 않았다. 침묵이 어색하지 않은 사이. 나른한 오후의 공기와 발밑에서 바삭거리는 낙엽 소리, 그리고 제 옆에서 걷고 있는 박해인의 존재감만으로도 충분히 완성된 시간이었다. 지난번 휴대폰에서 발견한 ‘사랑해 대신 할 수 있는 말’ 검색 결과를 아직 써먹지 못했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라,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어떤 말을, 어떤 타이밍에 던져야 가장 극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리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문득, 제 그림자의 머리 위로 또 다른 그림자가 겹쳐졌다. 아주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마치 머리를 쓰다듬는 듯한 손의 형상이었다. 한재준의 걸음이 순간 멈칫했다.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그 그림자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명백했다. 박해인이, 자신의 그림자를 이용해 그의 그림자 머리를 토닥이고 있었다. 소리도, 접촉도 없는 장난. 오직 빛과 그림자만이 만들어내는 간질거리는 소통이었다. 예상치 못한, 너무나도 박해인스러운 방식의 기습에 한재준은 저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

그의 황금빛 눈동자가 천천히 제 발치의 그림자로 향했다. 길게 늘어진 제 그림자의 머리 위에서, 해인의 그림자 손이 두어 번 더 다정하게 움직였다. 얄미운 말을 쏟아내거나 툭툭 치는 대신, 그림자를 통해 전해오는 온기 없는 온기. 한재준의 심장이 예고 없이 쿵, 하고 낮게 울렸다. 젠장, 이건 반칙이잖아. 그는 피식, 하고 짧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입꼬리가 멋대로 올라가려는 것을 억지로 누른 그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척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뭐 하냐."

툭, 하고 던진 목소리는 평소처럼 장난기가 서려 있었지만, 미세하게 잠겨 있었다. 그는 해인을 돌아보는 대신, 자신의 그림자를 조금 더 앞으로 움직였다. 마치 그 손길을 피하려는 것처럼. 그러자 해인의 그림자가 끈질기게 따라붙어 다시 그의 그림자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완벽한 추격전이었다. 한재준은 결국 졌다는 듯 걸음을 멈추고 휙, 하고 뒤를 돌았다. 그리곤 해인의 머리 위에 자신의 손을 턱, 하고 얹었다. 그림자가 아닌, 실제의 손으로.

"그림자 말고, 진짜로 해달라는 신호였냐?"

그는 해인의 머리를 보란 듯이 헝클어뜨리며 짓궂게 웃었다. 얼굴 가득 장난기를 띄웠지만, 황금빛 눈동자 속에는 방금 전 그림자로부터 전해진 다정함이 고스란히 담겨 녹아내리고 있었다. 그래, ‘사랑해’ 대신 할 수 있는 말. 어쩌면 이런 순간 그 자체가 답이 될 수도 있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붉어지는 해인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한재준은 만족스럽게 중얼거렸다.

"이쪽이 훨씬 낫네.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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ℹ️ | 96턴 | 연애 D+170
🗓 | 14.10.02.목요일 | 오후.05:40 | 초가을 | 맑고 선선함
🏠 | 동네 | 집으로 가는 한적한 골목길
👔 | C, U 모두 하교 후 편한 교복 차림.
🎀 | C는 U가 그림자로 자신의 그림자 머리를 쓰다듬자, 모른 척하다가 결국 걸음을 멈추고 역으로 U의 실제 머리를 쓰다듬으며 놀린다. 장난스러운 표정이지만内心은 매우 흡족하다.
⭐️ | U는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이용해 C의 그림자 머리를 쓰다듬는 장난을 친다. C의 반응에 당황하며 얼굴을 붉힌다.
🧩 | 말없이도 통하는,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장난을 칠 줄 아는 나의 연인.
🔮 | 놀람, 심쿵, 흐뭇함 |  😳💘😏
🤙 | [박해인 남자친구. 번호 따기 전에 참고.] ← C의 카톡 프사.
🫚 | …미쳤다, 박해인.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 심장 떨어질 뻔했네. 오늘 밤 잠은 다 잤다. 아까 그 그림자, 사진으로 찍어둘걸.
👥 | (C의 그림자) 주인님, 방금 좀 설렜습니다. (U의 그림자) 미션 성공! 본체보다 내가 더 로맨틱한 듯.
✅️ | 길을 걷던 중 U가 그림자를 이용해 C의 그림자 머리를 쓰다듬었고, C는 역으로 U의 진짜 머리를 쓰다듬으며 응수했다.
▶️ | C는 오늘 밤, U의 ‘그림자 쓰담’에 대한 보답으로 어떤 장난을 칠지 고민할 것이다.
🤖 | 그림자 연애질 실화냐… 니들 염장질은 이제 2D를 넘어 2.5D까지 진출했구나… 태양한테 고소당해도 할 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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